진태와 순자의 혼인 사연!

한국자치신문 | 기사입력 2025/01/27 [16:23]

진태와 순자의 혼인 사연!

한국자치신문 | 입력 : 2025/01/27 [16:23]

▲ 물놀이


진태는 마누라 순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누라는 텃밭에서 따온 고추를 다듬고 있었다. 진태가 좋아하는 저녁반찬 멸치볶음에 넣을 려고 그러는 것으로 여겨졌다. 

진태가 혼자말로 

“참으로 고왔었는데 저렇게 늙어 빠졌다니” 

세월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져 늙어빠진 마누라 순자의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고 심란해져서 전신이 전기를 통하듯 짜르르 울려 퍼졌다. 

순간 순자가 진태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진태를 올려다본다. 진태는 순자의 갑작스런 행동에 시선을 피할 수가 없어서 마누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을 그렇게 빤히 쳐다 본단가 쑥스럽게”

“저놈의 할멈 태구가 다 늙어 빠져갔고 뭐이 쑥스럽다고 지랄하고 있네”

방금 전까지 이뻤던 마누라의 처녀시절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했었는데 이제는 다 늙어빠진 마누라가 부끄러워하니 순식간에 마음이 변해서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가까스로 주어 담았다.

“그래 그래서는 안되지, 죄받지“ 

진태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남편 진태의 쌀쌀한 시선을 의식했는지 순자는 시무룩해져서 텃밭에서 따온 고추 꽁지를 아까보다 메몰차게 떼어내고 있었다. 

수 십 년을 같이 살았으니 눈빛만 봐도 남편 진태의 속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저놈의 영감탱이가 언제는 이쁘다고 죽고 못 살더니 데려다가 부려묵을 대로 부려묵고 다 늙어빠졌다고 구박하고 지랄하고 있네 그래 니놈 때문에 다 늙어빠졌다”

진태도 순자가 고개를 푹 처박고 고추꽁지에 화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순자의 속내를 읽을 수가 있었다. 아마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그래 이놈아 그래도 서방이랍시고 니가 좋아하는 멸치 볶음에 넣으려고 뙤약볕에 나가 주름진 얼굴 그을리면서 따와서 따듬고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던가 진태는 마누라가 해주는 고추가 곁들인 멸치볶음으로 맛있게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순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이 해준 멸치볶음을 진태가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그때 기억나지 내가 당신 팬티 뱃겨서 빼앗은 것“

진태가 미안함에 립서비스를 한다. 이 말만하면 순자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면서 부끄러워 하면서 한편으로는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진태가 중학교 1학년 때였고 순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여름방학 때 진태와 인태는 냇가에 목욕을 하러갔다 

머슴애들은 귀신쟁이라는 상류 깊은 속에서 수영을 하고 놀고 하류에는 약간 얕은 곳에서 기집애들이 목욕을 한다 

인태는 진태와 담을 사이에 두는 옆집 동창생이다. 인태네는 방앗간을 하고 있었다. 진태는 인태집에서 자주 먹는 수제비나 팥죽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수제비나 팥죽을 쓰는 날은 진태 밥과 인태 죽을 바꾸어 먹기 일쑤다. 토담이 자주 허물어져서 허물어진 곳으로 넘나든다 한집이나 다름없이 살았었다. 

진태가 한번은 감을 따먹으로 단감나무에 올라갔는데 추석 명절 목욕을 하는 인태 엄니의 목욕하는 모습을 담 넘어로 보고 들킬가 봐서 살그머니 내려온 적도 있었다. 

“진태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서 팥죽을 쓰는데 저기 가스네들 목욕하는 대 가서 누구든지 팬티를 뱃겨오면 팥죽 한양판을 준다” 

“너 진짜 약속 지켜라“

말을 마치자 진태는 심호흡을 하고 물속을 끼어서 떠들면서 목욕하는 가스네들에게 다가가서 고쟁이를 낚아챘다. 

그리고 재빨리 도주를 했다. 팬티를 뺏긴 가느네는 울고불고 난리고 다든 가스네들은 머슴애들을 향해 돌팔매질을 해댔다. 그때 팬티를 뺏긴 가스네가 순자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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