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극장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따금 변사가 마이크로 영화 선전을 한다. 변사의 선전이 참 재미있다 영철이는 벌써부터 궁둥이가 들썩들썩한다. 극장에서는 낮에는 차에 마이크를 달고 시골동네로 돌아다니며 어떻고 저떻고 사람들에게 구경 오라고 유혹을 한다. 그러나 오늘은 애순이가 극장에 온다고 약속했으니 기대가 되고 은근히 마음이 설레었다 그놈의 총각처녀는 만나면 우라지게 과자부스레기만 처먹으면서도 무엇이 좋다고 깔깔 거리며 숨이 넘어 가도록 웃고 좋기만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둘이서 보둠고 연애질도 하지도 않아도 모여서 이불속에 발들을 처넣고 이불위에 과자봉지를 터놓고 주어먹으면서 웃고 떠든다 먼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떠들고 놀 때도 있으니 말이다. 기집애들은 동이 튼지도 모르고 놀다가 창호지 문밖이 훤해지면 그때야 날이 샌지 알고 밥해야 된다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부리나케 뛰쳐나간다. 영철이는 극장앞에서 왔다갔다 어슬렁거리고 있다 시골 변두리 총각처녀들이 삼삼오오 몰려와서 아는 척을 한다 때로는 “영철아 뒤에 들어와“ 하면서 입장권을 손에 쥐어주고 가는 친구도 있다. 극장에 오면 잘 봐달라는 뇌물이다. 드디어 애순이가 친구들과 나타났다. 영철이는 부끄러워서 가까이 닦아가지도 못했다. 애순이랑 일행도 극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정거리고 있다. 영철이가 얻은 극장표를 가지고 마지못해 애순이 옆에 가서 손에 쥐어주고 “먼저 들어가세요“ 하고 돌아서 왔다. 심장이 쿵닥 거렸다. 오늘 영화 제목은 기집애들이 좋아한 “미워하지 않겠다”였다 사실 영철이는 이런 찐득 찐뜩한 영화는 딱 질색이다. 사나이들이 치고 박고 싸우는 영화가 스릴도 있고 딱 이였다. 박노식이나 장동휘 허장강등이 출현한 영화가 재미있고 좋았다. “5인의 해병” 이런 액션영화가 재미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늘 영화만 해도 그렇다 신성일이가 남정님이를 껴안고 입을 맞출 듯 말 듯 관람객들의 애간장을 녹이다가 마즈막에 입을 맞추고 키스씬을 한다. 기집애들은 슬그머니 얼굴을 가린다 극장안은 어두컴컴하고 누가 보지도 않는데 저렇게 앙큼스럽게 수줍은척한다. 영철이는 이런 장면에 별로 흥미가 없다 역시 영화는 액션이 최고였다. 드디어 따르릉 소리와 함께 영화가 끝났다. 애순이 일행은 뒤 딸아 오라는 듯이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영철이도 어슬렁거리며 뒤 딸아 간다. 그리고 드디어 장안 마을에 도착했다. 어느 구석진 방으로 애순이랑 남숙이가 안내를 했다. 그리고 램프에 불을 켜고 김 발장을 쳐야 한다고 일을 시작한다. 남숙이와 애순이가 달그락거리면서 발장을 치는 것을 구경하다 영철이는 뜨뜨한 아랫목에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가 영철이 품으로 안겨왔다. 영철이가 입을 떼려하자 입을 막았다. 어느 틈에 램프불은 꺼져있었다. 어렴프시 곁에 누군가 또 있었다 남숙이 아니면 애순 이였다. 분명 애순이라고 짐작은 했으나 애순이 와의 연애질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영철이는 그렇게 누군지 모르면서 숨죽이며 기집애 옷을 벗기고 영철이도 옷을 벗고 도둑 연애질의 황홀경에 젖어 들었다. 참으로 황홀한 밤 이었다 창문이 어렴프시 밝아오자 돌아누운 기집애 얼굴을 돌려세웠다. 애순 이였다. 남순이는 저쪽에 돌아누워 있었다. 있었다 영철이는 가만히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저작권자 ⓒ 한국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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