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위한 축제라고 했어요“ “반려견? 그러니까 개들 축제란 말이냐?” “예,” “개들이 뭣을 잘 했다고 구청에서 개들을 위해서 축제를 한단 말이냐?” “우리도 모르죠, 구청에서 개들을 위한 축제를 한다고 하니까 가겠다는 거에요” “그러면 철수랑 영희도 데리고 갈 것이냐?“ “예, 철수나 영희도 복실이를 너무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애들도 함께 가고 싶어 하고요” “어머니, 그러니까 조금 전에 말씀 드렸듯이 아버님 점심과 저녁은 어머님께서 차려서 두 분이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가지시며 맛있게 드세요 휴일에 애들도 집에 없으니 얼마나 조용하고 편하시겠어요.“ “얼어 죽을 편안하고 오붓한 시간 좋아 한다 언제 니들이 휴일만 되면 늙은이들은 내 팽게처 두고 애들을 데리고 지들끼리 갖은 핑계거리로 나갔다 저녁이면 돌아온 주제에“ 시에미 영숙이 입속으로 중얼 거렸다. “그러면 저녁까지 먹고 오겠다는 것이냐?” “예, 오늘은 반려견의 축제날이니 기왕 나간 김에 반려견을 위한 맛있고 분위기있는 레스토랑이 얼마 전에 개업을 했다는 대 여지 껏 못 가봤으니 복실이가 얼마나 서운해 하겠어요 그러니 오늘 저녁은 그 레스토랑에서 복실이를 위한 만찬을 할 터이니 어머님께서 아버님과 함께 점심 저녁을 해드시면서 오붓한 시간을 갖으시라는 거에요” “이것도 복실이가 집에 살고있으니 아버님과 어머님이 얻은 행운이 아니에요 만약 복실이가 없으면 두 분이서 이렇게 하루 종일 오붓한 시간을 갖을 수가 있어요” 시에미 영숙이는 뒤돌아서서 눈을 흘기며 “염병할 얼어 죽을 오붓한 시간이라니 니 에비와는 48년 동안을 오붓하게 살아왔다.” “엄마, 롯데 백화점에 반려견을 위한 전문 명품코너가 개장을 했다고 선전하데요 외국에서 갖 수입한 고가에 명품들이 전시되어있다고 하대요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에 들려서 복실이 필요한 것 사서 선물하게요 지난번에 150만원주고 산 겉옷은 유행에 뒤지는 패션이이요 지난주에 친구 은자네 집에 갔더니 300만원 짜리 겉옷을 입혀놓고 자랑을 하던데 복실이를 생각하니 복실이가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올 뻔 했어요“ 시에미 영숙이는 이제는 며느리에게 홀기던 눈초리를 똥, 오줌 굳다않고 애지중지 키워 왔던 영희에게 돌렸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왔더니 할머니는 뒷전이고 복실이 뗌에 눈물이 날 뻔 했다니 자식새끼 손주새끼 다 거두어주어도 말짱 도루묵이다 는 옆집 노인에 말이 떠올랐다. 한참을 소란을 피우던 집안은 이들이 떠나가나니 휑하니 찬바람이 불었다. 이럴 때 영감이라도 있었으면 거들어 주었을 터인데 자기만 오래 살겠다고 아침마다 체육관에 다니고 있다. 시에미 영숙이는 이래 저래 심사가 뒤틀리고 산란하다. “어~ 집안이 왜 이리 조용해 다들 어디 갔어” “언제 지들끼리 나간게 한 두 번이에요 연례 행사지, 개들을 위한 축제장에 간다고 합디다. 구청에서 개들을 위한 축제를 한다 데요, 오면서 개들 레스토랑에 들려서 밥 처 멕이고, 백화점에 들러서 머~ 3백만원 짜리 수입품 옷 사 입히고 온답디다. 그러니 이럴 때 두 분이서 오붓하게 점심, 저녁 차려드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라고 엄청 생각합디다 당신이 최고라고 맨날 추겨주고 이뻐한 며느리년이....... 그날로 큰아들 판사, 작은 아들 검사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떠나온 고향, 자식새끼들 동네 사람들에게 욕 않 멕일라고 무던이도 참아왔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돌아왔다. 개만도 못한 부모가 될바에는 이렇게 아늑하게 맞이해준 정겹던 고향 산천이 있지않는가 알 수 없는 눈시울이 촉촉이 눈가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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