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이의 스님일기

한국자치신문 | 기사입력 2024/01/02 [21:26]

영철이의 스님일기

한국자치신문 | 입력 : 2024/01/02 [21:26]

▲ 절



영철이가 스님이 되기로 결정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영철이 옆집에는 독살 맞게 사나운 할머니가 계셨다. 동네에서는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의 할머니였다. 온 동네의 사단이 났다하면 그 할머니였다. 

그런데 그 집에 노스님이 들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할머니가 온순해지시기 시작했다. 이제 동네에서 그 할머니를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열 두 불로 변한다더니 저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네”

동네에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제는 온순해지셨을 뿐만 아니라 굳은 동네일은 도맡아서 하시기에 이르렀다. 

“엄니 어째서 독살 할머니가 저렇게 변하셨다요?”

하도 궁금해서 영철이가 엄니에게 물어봤다.

독살할머니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半身不隨(반신불수)였다고 한다. 독살 할머니가 애를 가졌을 때 동네 서낭당 옆 고목이 벼락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서낭당 고목을 제거하려고 했었다. 그때 그 할머니가 꿈에 서낭당 귀신이 나타나 이를 막지 않으면 네 애기를 반신불수를 만들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할미가 애기 낳을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애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그런 꿈을 믿을 수가 없다고 벼락 맞은 서낭당 고목을 모조리 철거해버렸다 동네 가운데 보기에도 흉물스럽게 자빠져있으니 당연한 일 이였다. 

그리고 얼마 후 애기가 태어났는데 할미 말대로 반신불수가 태어난 것이다. 독살할미는 당연히 동네 사람들을 원망하기 시작했었고 할미는 동네에서 외톨이 신세가 되었고 한다. 

그런데 노스님이 동네에 시주를 와서 그 독살 할미집에 이르러 그 할미께 요사스런 요괴가 이집에 우환을 주고 있다고 하시면서 3년 동안 치성을 드려서 이 요괴를 물리치겠다고 하셨단다. 그러면서 독살 할미께 그동안은 동네 굳은 일은 다하고 절대로 동네 사람들을 원망하는 마음을 갖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과연 3년 후 이 할미의 외아들은 요괴가 도망간 후 멀쩡한 사내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영철이는 엄니로부터 얘기를 듣고 또 눈으로 직접 목격한 현실이 신비스럽기만 했다. 

하루는 그 노스님을 뵙고 싶어서 그 절에 들렀다. 왠지 발걸음이 그 절을 향했다. 그러나 영철이가 찾아간 그 절은 대부분의 웅장한 절이 아니었다. 낡고 허름하고 볼품없어 보였으나 무지한 영철이가 보기에도 서기가 서려 보였다. 

“영철아 네가  언젠가 나를 찾아 올 줄 알았다. 너는 내 뒤를 이어서 이 절을 지켜줄 인연이란다.” 

영철이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렇게 이절의 대를 이어서 스님의 고행에 정진하게 되었다. 참으로 질긴 인연의 업보에 의해서 이절을 지키게 된 것이다. 

규모가 웅장한 절들처럼 신도들이 많은 것도 내방객도 많지 않는 절이지만 입에 풀칠만 하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영철이의 얼굴에는 아주 평온한 미소로 가득차 있다.

“영철아“

“오늘부터 너를 無心(무심)스님이라 불러주겠다. 세상의 그 어떠한 것도 마음도 담아서는 안된다”

무심스님이 바랑을 걸쳐 멘다 

모두들 인연 따라 이미 이승을 떠났다. 남겨진 아직 이어진 인연들의 평온을 위해 목탁을 두드리며 무심스님 영철이가 고향마을을 한 바퀴 돌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 나무아미타불 ~”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에세이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