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의 싱거운 결혼이야기

한국자치신문 | 기사입력 2023/12/01 [19:28]

진태의 싱거운 결혼이야기

한국자치신문 | 입력 : 2023/12/01 [19:28]

▲ 혼례


진태가 명순이를 만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서울 남산공원은 봄옷으로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청춘 남녀들은 그러한 봄을 즐기고 있었다. 진태도 그들 무리 중에 끼어있었다. 친구 둘이랑 공원 비탈길을 걷고 있었다. 싱그러운 봄 내음이 살갗을 간지럽힌다. 

그때 저만치에서 세 명의 처자들이 봄바람을 풍기면서 남정네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쪽 남정네들의 생각이었을 뿐 처녀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남정네들의 색기 돋친 눈에 그렇게 비쳐보였을 뿐이다. 

경태랄 놈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진태 형, 내가 접선을 시도하고 올게” 

진태는 빙그레 미소로 응대 했다. 경태랄 놈은 그것이 동조하는 의도로 생각했나 보다. 의기양양 저만치 비탈길을 앞서가는 처녀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뒤 딸아 갔다. 

경태는 진태의 중학교 일년 후배다. 진태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 흥미롭게 지켜볼 뿐 이였다. 그러나 회심의 싸인을 보낸 놈은 경태였다. 

뒤돌아보며 성공의 싸인을 보냈다. 그렇게 세 쌍의 청춘 남녀들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아주 싱겁게 인연을 이어갔다. 

그놈의 남산 벚꽃의 봄바람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자연 발생적인 인간의 본능에 의해서 짝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봄바람과 자연이 이들 청춘남녀들의 터질 것 같은 욕망에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진태는 인연이란 참으로 어이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부라는 인연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부모님 때에는 이러한 봄바람의 인연조차 용납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어느 날 양가 부모님들의 주선에 의해서 생면부지의 처녀와 남정네가 얼굴 한번 맞대보고 혼인을 결정하고 첫날밤을 치룬다. 

그나마 이것은 얼굴을 맛 대볼 기회라도 얻는다. 맞선 본다는 형식과 절차를 거쳐서 였다. 그러나 부모님들의 결정에 의해서 서로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생면부지에 첫날밤을 맞이하는 부부들도 부지기 수였다. 우리들의 조상들의 혼례도 돼지들의 선택권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진태는 생각했다. 

진태는 젊어서 돼지를 키운 적이 있었다. 암퇘지가 발정을 한다. 자손을 이어가려는 모든 동식물들의 종족번식의 신이 주신 사명이다. 그러면 숫 돼지가 있는 우리로 보내어진다. 교미의 상대에 대한 선택권은 돼지 주인이 결정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부부인연도 지금까지 이와 다를 것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진태는 비록 싱거운 인연이었지만 자신들의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의 주례사는

 현대판 주례사들이 이렇게 싱겁게 맺은 인연들에게 헤어질 때는 신중 하라는 경고에 의미가 아니었을까?

진태는 잠들어있는 명순이를 본다. 왜 그날 남산에 봄바람을 맞으러 와서 싱거운 인연을 오늘까지 이어 왔을까?

그 놈의 경태랄 놈이 설치지만 않았다면 명순이가 아닌 그 어떤 처자와 부부의 연을 맺었을까?

참으로 싱겁게 맺어진 인연이 아주 오랜 시간 질기게 이어져왔다. 세상은 이렇게 싱겁게 맺어져서 질기게 이어지기도 하고 맺어질 때보다 더 싱겁게 끝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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